제79주년 광복절을 온 겨레와 함께 경축합니다. 잃어버린 나라의 광복과 독립을 위해 국내와 국외에서 희생적으로 헌신하셨던 선열들의 애국충정을 마음 깊이 되새기며 감사의 경배를 올립니다.
불과 100여 년 전 36년간의 일제강점기는 우리 민족에게 통한과 울분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국토는 일제의 병참기지로 전락하였고, 우리의 젊은 남녀는 강제로 징병과 징용 그리고 위안부로 끌려갔습니다. 우리 역사에 대한 왜곡과 문화에 대한 말살은 말과 글을 없애려 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창씨개명을 강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와 같은 통분의 세월을 꿋꿋이 견뎌 낸 뒤에야 우리 민족은 비로소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광복은 거저 획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선열들께서 민족정기(民族正氣)의 기치 아래 불굴의 정신으로 불의에 맞서 싸운 결과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일제의 잔학한 식민지 침략주의에 맞서 무장투쟁운동을 전개함으로써 민족의 기백을 떨쳤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일제의 간악한 민족정기 말살정책에 맞서 문화·교육운동을 진흥함으로써 민족의 정신을 선양하였습니다. 특히 3·1운동이라는 위대한 평화적 저항이 있었고,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국내외 독립군들의 지속적인 독립운동이 있었습니다.
36년이라는 긴 질곡의 시간을 지내 오면서 부득이한 이유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일제에 협력하거나 부역한 사람들이 어찌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어떤 이유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자존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고 가족까지 희생하신 분들이 계셨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 광복된 나라에서 행복을 영위하며 살아가는 우리 후손들의 당연한 책무이자 도리입니다.
이 자명한 역사적 정의(正義)를 부정하는 견해가 근래에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가 학자적 양심에 따른 개인의 소신이라면 이를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를 가진 인사가 국록을 먹으면서 국가정책이나 국민정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책임 있는 직위에 임명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대의(大義)에 어긋나는 일이기에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3·1운동과 독립운동에 주도적으로 헌신했던 우리 민족종교인들은 이에 관해 깊은 유감과 함께 시정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100여 년 전 광복을 위해 헌신하셨던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되새겨야 할 오늘, 친일과 반일을 놓고 국론이 분열되는 작금의 현실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야 할 과제는 분단된 조국을 통일하여 미완의 독립과 광복을 완수하는 일일 것입니다. 극한 대립으로 붕괴되어 있는 남북 관계를 다시 복원하고, 주변 강대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방안을 모색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결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민족종교인 일동은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민족정기를 수호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는 데 앞장섬으로써 미완의 광복을 완수할 것을 새롭게 다짐합니다.
2024년 8월 15일
한국민족종교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