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회원 교단을 ‘이웃 교단’이 아니라 ‘형제 교단’이라고 부릅니다. 모두 한국에서 100년전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회원 교단 간 화합을 통해 민족종교의 위상을 높이고 재외 동포와 국내의 다문화 가정에도 우리 겨레얼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신임 김령하(70) 회장은 9일 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는 1985년 민족종교들의 위상을 강화하고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창립됐다. 한때 33개 교단이 참여했으나 현재는 12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다. 갱정유도회, 경천신명회, 대순진리회, 선교, 수운교, 순천도, 원불교, 증산도, 증산법종교, 천도교, 청우일신회, 태극도(가나다 순) 등이다. 회원 교단은 대부분 19세기말~20세기초 제국주의 침략이 본격화하던 시기에 국내에서 창시돼 민족 정체성을 일깨우고 미래에 한국이 세계의 선도국가가 될 것을 예언했다.
일반인들에게 협의회는 1985년 창립을 주도하고 31년 동안 회장을 맡았던 한양원(1924~2016) 회장의 ‘갓과 도포’로 기억되곤 한다. 한 회장은 주요 국경일 기념식과 종교지도자 모임에 전통 한복에 수염 기른 채 내빈석에 나타나 눈길을 끌곤 했다. 협의회는 그동안 전통문화체험 행사와 겨레얼 살리기 운동을 펼쳐왔다.
지난달 임기 4년의 신임 회장에 취임한 김령하 회장은 강증산(1871~1909)의 가르침을 따르는 교단의 하나인 청우일신회의 행정을 맡은 종원장이다. 그는 “민족종교는 일제의 민족종교 말살 정책 때문에 ‘사이비’로 취급받곤 했다”며 “토속신앙에 토대를 둔 민족종교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모임에서 불문율은 ‘교리에 대해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뿌리가 비슷해서 교리를 따지면 자칫 분위기가 어색해질 수 있기 때문에 공통점을 주로 이야기한다고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종교지도자 모임에도 참석한 김 회장은 “국가안보를 굳건히 해 국민이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과 코로나 변이에 대비해 달라는 점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는 매년 회원 교단의 성지를 순례해온 전통이 있다. 올해는 6월 15일부터 2박 3일 청우일신회가 자리한 경남 통영 앞바다 국도(國島)를 방문할 예정이다. 또 가을엔 ‘한류, 100년의 약속’을 주제로 학술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기사출처:“민족종교협의회 불문율은 ‘교리 얘기 안 하기’입니다” - 조선일보 (chosun.com)